박재범(Jay Park)이 처음 AOMG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의구심이 앞섰다. 당시 그가 걸어왔던 노선은 ‘힙합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객관적으로 부족했고, 레이블의 색채나 소속된 이들의 음악성 역시 불분명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뒤, AOMG는 힙합 씬의 최전선에 위치한 거대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박재범이 있었다. 이제 박재범은 [EVOLUTION]과 [WORLDWIDE]로 음악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쟁취하는 체급으로까지 올라섰다. 2016년 발표한 [EVERYTHING YOU WANTED]도 마찬가지다. 그는 메인스트림 알앤비와 서브 힙합의 영역까지 크게 주무르며, 자신의 강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16년의 박재범은 누구보다 빠르고 영민하게 음악적인 역량을 보여줬다. 확실히 그는 전천후 흑인 음악 아티스트로 헌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아티스트 | 박재범(Jay Park)
음반명 | EVERYTHING YOU WANTED
대표곡 |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발매일 | 2016.10.20
2016년의 아이콘이라고 칭해도 무방할 활약이었다. 비와이(BewhY)는 힙합의 영역을 넘어 대중 문화계 전반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한 해를 보냈다. 신인 아티스트가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드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비약적인 속도로 정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Time Travel]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비와이는 이제 “Forever”, “Day Day”, “Puzzle” 등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음원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공연과 방송, 광고계 역시 그를 주목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와 영향력이 지대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만큼 비와이가 완벽함에 가까울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개인 앨범 활동이 부족했음에도 비와이가 선보인 퍼포먼스는 ‘2016년의 아티스트’로 꼽히기에 손색없다.
아티스트 | 비와이(BewhY)
음반명 | 쇼미더머니 5 Episode
대표곡 | Forever
발매일 | 2016.07.02
넉살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던 시기는 VMC에 합류하면서부터였다. 물론,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순도 높은 활약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넉살은 꾸준하게 각종 피처링에 참여하고 작은 공연 무대에 오르며, 언성 히어로로 조금씩 이름을 알려왔다. 그리고 2016년 발표한 데뷔 앨범 [작은 것들의 신]은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자축하는 결과물이었다. 본 앨범을 기점으로 넉살은 힙합이라는 장르가 지닌 테크니컬한 면모와 탄탄한 리리시즘을 동시에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온라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친숙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중 친화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기도 하다. 매 순간이 최고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넉살만큼 2016년 한 해 동안 꾸준하게 활약한 아티스트도 없는 게 사실이다.
아티스트 | 넉살
음반명 | 작은 것들의 신
대표곡 | 팔지 않아
발매일 | 2016.02.04
빈지노(Beenzino)의 이름 앞에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때 의문을 표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재지팩트(Jazzyfact) 시절, 모티브로 삼은 재즈 힙합에 대한 접근과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구성원으로 선보이는 트랩 퍼포먼스, [24:26]를 관통하는 멜랑꼴리한 대중적인 감성까지, 빈지노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채 다재다능함을 증명해왔다. 2016년 상반기를 장식한 [12]도 이와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빈지노는 한 층 더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발돋움했고, 그의 말마따나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팝과 힙합의 경계에서 여유롭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확실히 그는 미디어에서의 노출과 상업적인 타협 없이도 아이코닉한 랩스타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대중들이 재지팩트의 새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고, 곧 예정된 빈지노의 입대에 아쉬움을 표하는 데에는 확실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티스트 | 빈지노 (Beenzino)
음반명 | 12
대표곡 | Time Travel
발매일 | 2016.05.31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2016년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하나의 단편영화와도 같은 완성도 높은 앨범 [점]을 발표했다는 점. 둘째, <마이크 스웨거>의 호스트로 뛰어난 진행 능력과 여전히 수준급인 프리스타일 실력을 증명했다는 점. 셋째, 독보적인 단독 콘서트 브랜드인 <분신>을 올해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는 점. 세 가지의 굵직한 활동만으로도 허클베리피는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매년 그의 공연이 티켓 오픈과 함께 매진을 기록하는 건, 이미 많은 힙합 팬들이 허클베리피라는 이름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확실히 허클베리피는 오랫동안 그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이어왔다. 2016년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그의 활약은 양적, 질적으로 우수했다.
아티스트 | 허클베리피 (Huckleberry P)
음반명 | 점
대표곡 | Everest
발매일 | 2016.06.10
딘(DEAN)의 성장세는 일찍이 예견됐다. 그는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 앤더슨 팩(Anderson .Paak), 에스타(Esta)와 같은 해외 뮤지션과의 호흡을 어렵지 않게 소화해내며, 일찌감치 차세대 알앤비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작/편곡까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그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었다. 그 흐름은 [130 mood : TRBL]로 이어졌다. 착란과 갈등이라는 폭발적인 감정선을 유려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섬세한 표현력으로 대중적인 소구까지 만족하게 하는 딘의 능력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완벽하게 영글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알앤비가 가진 장르적 특성과 젊은 감각, 실험적인 접근법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분명 갖추고 있다. 현재 알앤비씬에서 가장 섬세하면서도 섹시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는 두말할 것 없이 딘이다.
아티스트 | 딘(DEAN)
음반명 | 130 mood | TRBL
대표곡 | D (half moon) (Feat. 개코)
발매일 | 2016.03.24
저스디스(Justhis)에게 2016년은 극적인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준수한 신인' 정도로 평가되었던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데뷔 앨범인 [2 MANY HOMES 4 1 KID]는 저스디스가 가능성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갖춘 MC란 것을 톡톡히 증명하는 작품이었으며, 그 역시도 앨범 안에서 독보적인 서사와 베베 꼬인 뉘앙스를 통해 본인의 연출력을 한껏 과시했다. 또한, <마이크 스웨거> 출연은 어떠했는가. 그가 내뱉은 자극적인 벌스 하나는 여러 의미에서 큰 파급효과를 끌어냈다. 어딘지 모르게 한이 서리고 분노가 가득한 외침은 언더그라운드 팬들이 남몰래 감추고 있던 끈끈한 정서를 자극했고, 이는 저스디스의 이름이 모두에게 각인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확실히 저스디스는 2016년 가장 자극적임과 동시에 가장 뜨거웠던 신인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아티스트 | 저스디스 (JUSTHIS)
음반명 | 2 MANY HOMES 4 1 KID
대표곡 | Sell The Soul
발매일 | 2016.06.14
창모의 2016년은 크게 두 가지의 챕터로 구분된다.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의 '곤조'와 기가 막힌 표현력으로 호평을 받은 첫 EP [돈 벌 시간2]가 전자이며,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발표한 [돈 벌 시간 3]이 후자다. 불과 6개월 사이에 그를 둘러싼 환경은 꽤 많이 변했지만, 창모의 음악적 고집이 한결같다는 사실은 꽤 고무적이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오토튠과 트랩 리듬을 주무르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 체계를 구사하는 개성은 창모의 강력한 무기다. 그리고 그 강점은 한 해 동안 많은 힙합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음악 내외적으로 비슷비슷한 신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요즘이기에, 창모만의 프로덕션과 스타일은 한 층 더 빛이 나고 있다.
아티스트 | 창모 (CHANGMO)
음반명 | 돈 벌 시간 2
대표곡 | 마에스트로 (Maestro)
발매일 | 2016.07.21
<쇼미더머니 4> 출연 당시만 해도 식케이(Sik-K)의 모습은 무채색에 가까웠다. 그러나 [FLIP] 발표 이후 사정이 바뀌었다. 식케이는 멜로디컬한 싱랩과 몽롱한 사운드 텍스처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빠르게 찾아냈다. 효과도 주요했다. 어느 순간부터 식케이는 매 순간 트렌디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모했고, 그를 둘러싼 출중한 프로듀서 진은 이와 같은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지원했다. 주변 동료들에게 혁혁한 공이 있지만, 그만큼 식케이가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음악적 항해의 첫 단추로서 [FLIP]은 기대 이상의 작품임과 동시에, 이후 행보에 대한 기대를 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앨범이었다.
아티스트 | 식케이(Sik-K)
음반명 | FLIP
대표곡 | 랑데뷰 (Rendezvous)
발매일 | 2016.07.20
여러 의미에서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는 뜨거운 래퍼다. 그의 이름 따라 양면적인 에너지를 공존하며, 오왼 오바도즈는 성실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때로는 즉흥적이고 반항적으로, 때로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듯 꾸준하게 활동량을 입증한 그에게 오피셜 믹스테입 [P.O.E.M.]은 한 꺼풀을 벗어낸 작품이었다.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한 진중한 접근과 야성적인 에너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시종일관 힙합의 근본적인 태도를 외치는 그의 텁텁한 가사는 묘한 쾌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적어도 2016년의 오왼 오바도즈는 신인 아티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티스트 |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음반명 | P.O.E.M.
대표곡 | Hip Hop
발매일 | 2016.01.15
나플라(nafla)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데에는 독보적인 박자감과 굴곡진 텅 트위스팅이 주요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랩을 뱉어낸다 보다는 리듬에 올라탄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그만큼 나플라는 일정 부분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첫 EP [new blood]도 마찬가지다. 그는 빠르게 쪼개지는 비트 위에서 시종일관 준수한 모습을 선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꼬인 발음을 유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타격감을 지속하기가 분명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나플라의 퍼포먼스는 한 층 더 돋보인다. 한국힙합 씬의 역사에서 교포 래퍼가 꾸준하게 등장했지만, 나플라만큼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춘 래퍼는 그리 많지 않았다. 2016년은 이를 일정 부분 증명한 한 해였다.
아티스트 | 나플라(nafla)
음반명 | new blood
대표곡 | mercy (Feat. AP)
발매일 | 2016.07.16
래퍼 김심야(Ximya)와 프로듀서 프랭크(FRNK)로 구성된 XXX의 음악은 괴이하다. 힙합의 리듬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도, 일렉트로닉 하우스, 신스팝, 덥스텝 사운드 등을 교묘하게 활용한다. 그리고 동물적인 랩을 교묘하게 끼얹는다. 언뜻 보면 일반적이지만, 실제 XXX가 지향하는 방향은 그리 보편적이지 않다. 그들은 변칙적이다 못해 극적으로 체감되는 변주와 의도적인 노이즈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색다른 문법으로 기존의 루키들과 다른 노선을 선택한다. 확실히 XXX는 시종일관 실험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과잉된 변화로 예측 불가능한 음악의 맛을 선보인다. 불친절하지만 매력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XXX의 스타일이 씬 안에서 독보적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신예들이 본 노선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티스트 | XXX
음반명 | KYOMI
대표곡 | 승무원
발매일 | 2016.07.09
저스디스(Justhis)의 커리어는 심하게 요동쳤다. 물론, 호의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마이크 스웨거>의 영향력이 지대했지만, 이미 [2 MANY HOMES 4 1 KID]에서부터 조짐이 보였다. 탄탄한 라임과 완벽에 가까운 톤에서 뿜어내는 절대적인 아우라는 20대 중반의 아티스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노골적이고 신랄한 화법은 귀가 따갑도록 자극적이다. 몇몇 폭력적이고 비속어로 첨절된 가사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이를 개인의 진솔한 스토리로 상쇄할 만큼 저스디스가 뱉어내는 랩은 꽤 단호한 설득력을 지닌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는 힙합 키드들 사이에서 저스디스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2 MANY HOMES 4 1 KID]는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저스디스만의 음악이다.
아티스트 | 저스디스 (JUSTHIS)
음반명 | 2 MANY HOMES 4 1 KID
대표곡 | Sell The Soul
발매일 | 2016.06.14
넉살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은 것들의 신]은 그 이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기술적인 퍼포머로 인식되어 온 넉살은 본 작을 기점으로 뮤지션이 으레 갖춰야 할 서사 구조와 문학적 페이소스, 주인공으로서의 장악력까지 준수하게 선보인다.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자존심이 담긴 “팔지 않아”와 일상의 가치를 피력하는 “밥값”, 분할된 서사 구조의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ONE MIC”가 대표적이다. 유쾌함과 진중함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적절히 움켜쥔 채, 과장되지 않은 일상을 풀어내는 넉살의 스토리텔링은 앨범의 가장 큰 묘미임과 동시에 드라마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작은 것들의 신]은 올해 가장 서민적인 앨범이었다.
아티스트 | 넉살
음반명 | 작은 것들의 신
대표곡 | 팔지 않아
발매일 | 2016.02.04
화지의 음악은 건조하고 텁텁하다. 단순히 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냉소적인 가사, 개인과 시대를 대변해 뱉어내는 은유적인 리리시즘, 그리고 그가 풀어내는 세계관 역시 마찬가지다. [ZISSOU]는 그 색채가 극에 달한 작품이다. 화지는 너른 세계관 안에 스스로를 투영하고, 그 안에서 투쟁과 기쁨을 동시에 만끽한다. 어느 순간에는 허무주의와 쾌락주의가 교묘하게 공존하는 21세기의 모습을 냉소적인 모습으로 풀어내고, 이와 반대로 자신을 타자화해 유쾌하게 관찰하기도 한다. 가히 열반에 오른 경지다. 인스턴트 소비가 일반화된 요즘 힙합 씬에서 화지의 음악적 접근은 가히 ‘돌연변이’와도 같다. 그 독특한 곤조가 [ZISSOU]를 마스터피스에 가까운 작품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아티스트 | 화지
음반명 | Zissou
대표곡 | 히피카예
발매일 | 2016.02.02
빈지노(Beenzino)는 창작의 영역에서 춤을 추는 아티스트다. 타인의 피드백이나 세간의 편견에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 교감할 뿐이다. [12]는 그런 빈지노의 취향과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그는 노골적으로 일상어를 활용해 랩을 풀어내고, 본인이 지향하는 예술의 영역을 삶에 녹여낸다. 자연스럽게 획일화된 구조와 진부한 음악가들에게 위트 있는 조소를 날리기도 한다. 피제이가 중심이 된 어반한 분위기와 얼터너티브한 사운드는 이런 빈지노의 모습을 한층 신비롭게 만든다. 그는 매 순간 타 래퍼들과의 거리감을 유독 강조하며, 당연한 반사작용으로 스스로를 한 층 격상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신감이 과잉된 앨범이다. 그러나 코어 팬들은 빈지노의 음악을 사랑하며 공감을 표한다. 이것이 그가 언제나 일 순위로 손꼽히는 이유이며, 빈지노가 몇 년간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힘이다.
아티스트 | 빈지노 (Beenzino)
음반명 | 12
대표곡 | Time Travel
발매일 | 2016.05.31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실로 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된 김태균의 [녹색이념]은 그런 작품이다. 얼핏 과하다 느껴질 정도의 한국어 가사에 대한 집착, 어간과 어미의 간격까지 파악한 의도적 접근, 발음 구조에 대한 애착까지, 김태균은 많은 래퍼가 흔히 간과하는 언어적 구조에 괴이하리만큼 진지한 노력을 기한다. 여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극적인 서사를 끼얹어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어느 부분에서는 분노가 가득하며, 특정 구간에서는 스스로를 옥죄기도 한다. 김태균의 의도는 이렇듯 매 순간 어두침침하게 청자를 자극한다. 종교적인 색채와 강박에 기인해 욱여넣은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거북하겠지만, 적어도 [녹색이념]이 한 아티스트의 주관과 고집이 수록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아티스트 | 김태균
음반명 | 녹색이념
대표곡 | 막다른 길
발매일 | 2016.12.31
‘작은 행복에 대한 희망’과 ‘한국에서의 꿈’을 이야기하던 청년은 이제 서울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는 일정 부분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비프리(B-Free)의 기존 팬들이 본 작을 어떻게 감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시절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빠른 속도감과 잘게 쪼개지는 박자가 강조되는 트렌드를 의도적으로 거스르듯 매 순간 들려오는 느릿느릿한 템포와 음흉하면서도 칠한 무드, 그리고 여기에 얹어지는 비프리의 탄탄한 랩은 고루 균형을 갖춘다. 중간중간 귀를 거세게 사로잡는 “James Bond”, “Water II”와 같은 킬링 트랙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민다. 완급조절이라는 측면에서 [Free From Seoul (Deluxe Ver.)]은 어느 작품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2016년 발표된 힙합 앨범 중 알토란같이 가장 단단한 앨범이다.
아티스트 | 비프리 (B-Free)
음반명 | Free From Seoul Deluxe Version
대표곡 | James Bond
발매일 | 2016.12.29
전반부와 후반부의 비트가 서로 다른 구성은 흔히 보기 어렵다.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고 뮤지션이 소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비와이(BewhY)는 이러한 곡의 흐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하나의 완벽한 트랙으로 일궈냈다. 절도있는 발성과 탄탄한 발음, 곡의 흐름을 제멋대로 바꾸는 플로우까지. 이 트랙에서 비와이는 랩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원히 비와’를 외치는 비와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기대하게 만드는 트랙.
아티스트 | 비와이(BewhY)
음반명 | 쇼미더머니 5 Episode
대표곡 | Forever
발매일 | 2016.07.02
첫 정규 앨범 [작은 것들의 신]의 서두를 장식하는 곡이다. 곡에서 넉살은 음악가이기도,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이기도 한 본인의 태도와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다소 장황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지만, 특유의 간결하고도 명확한 단어 선정과 유려한 플로우, 날카로운 하이톤을 거치며 주제는 서서히 입체적이고 선명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현란한 랩 스킬 이상의 섬세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춘 넉살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나는 트랙.
아티스트 | 넉살
음반명 | 작은 것들의 신
대표곡 | 팔지 않아
발매일 | 2016.02.04
랩에 있어서 텍스트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청각적 만족이 지니는 중요성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나플라(nafla)의 “mercy”는 올 한 해 가장 짜릿한 청각적 만족을 선사한 트랙이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강한 힘이 느껴지고, 한글과 영어가 번갈아가며 튀어나오는 가사는 날카로운 플로우를 구성하며 고막을 매섭게 찌른다. 나플라는 확실히 내용보다 리듬에 중점을 뒀고, 그 결과 기존의 곡들과는 색다른 매력의 트랙이 탄생했다. 그가 당돌하게 ‘New Blood’를 자처할 수 있는 이유와도 같은 곡.
아티스트 | 나플라(nafla)
음반명 | new blood
대표곡 | mercy (Feat. AP)
발매일 | 2016.07.16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의 음악은 그의 말대로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긍정을 말하고 어떤 주제든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City"는 그 장점이 극대화된 곡이다. 불현듯 LA에 가게 된 이유와 메킷레인 레코즈(MKIT RAIN Records)에 함께하게 된 계기까지.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곡 안에서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짧게 요약되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훅과 기타 리프가 더해지며 긍정적인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오왼 오바도즈의 솔직함과 그루비룸(Groovy Room)과의 호흡이 적절히 버무려져 탄생한 세련된 트랙.
아티스트 |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음반명 | City
대표곡 | City
발매일 | 2016.03.14
신나는 곡을 신나게 만든다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핵심적인 라인으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 우리가 빠지면 PARTY가 아니지"에서 박재범(Jay Park)과 어글리덕(Ugly Duck)은 별다른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수준 높은 파티 곡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없는 파티란 정말 파티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물론 전체적으로 주제도, 구성도 굉장히 낯익은 편이다. 새롭지 않을수록 청각적 쾌감과 완성도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박재범과 어글리덕의 퍼포먼스는 120% 이상이었다.
아티스트 | 박재범&어글리덕
음반명 | Scene Stealers
대표곡 | 우리가 빠지면 PARTY가 아니지
발매일 | 2016.07.13
부를 말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천재노창과의 콜라보라는 의외성이 가져온 성취를 신이 나서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곡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내용은 점차 추상적으로 변하지만, 그 핵심은 변치 않는다. 어쨌든 빈지노(Beenzino)가 무언가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어 몇 개만 가지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어떤 문장도 손쉽게 랩으로 가꿔내는 그의 능력은 여전하고, 그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자기 자랑은 확실히 비슷한 기존의 트랙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서사와 디테일을 모두 챙긴 근거 있는 자랑. 나왔어야 할 트랙이 드디어 나온 듯하다.
아티스트 | 빈지노 (Beenzino)
음반명 | 12
대표곡 | Time Travel
발매일 | 2016.05.31
[WORLDWIDE]와 [EVERYTHING YOU WANTED]는 마치 두 영역에 걸쳐 있는 박재범(Jay Park)을 분화하여 극대화한 앨범 같다. 전자에서 그가 수많은 게스트들과 막대한 양의 랩을 쏟아냈다면, 후자에서는 게스트와의 호흡보다는 박재범 그 자신이 싱어로서 표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매력 그 자체를 좀 더 집중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All I Wanna Do”나 “Me Like Yuh”처럼 트렌디한 영역에 속하는 트랙도 있고, “Limousine” 같은 다분히 복고적인 경향의 트랙도 있다. 각각 위트와 진중함이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사실은”, “곁에 있어주길”이나 트랩에 초점을 맞춘 “Alone Tonight”, “Only One”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차 차 말론(Cha Cha Malone)이 만든 하이파이한 프로덕션이 앨범의 균일한 퀄리티를 보장하기에 어떤 치명적인 흠이 없다는 점도 앨범을 특별하게 한다.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박재범이 한국말 가사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건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가 랩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도 걱정할 게 없다. 대중들은 이 앨범으로 ‘알앤비 싱어 박재범’에게 바라는 그 모든 것을 모자람없이 얻었다.
아티스트 | 박재범(Jay Park)
음반명 | EVERYTHING YOU WANTED
대표곡 |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발매일 | 2016.10.20
한 장의 앨범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완벽한 스토리 구성, 색채가 뚜렷이 보이는 사운드와 퍼포먼스, 아티스트와 조력자 사이의 콤비네이션 등 어떤 한 부분만이라도 아주 뾰족한 무기로 다듬으면 충분히 낭중지추 같은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평작, 수작이 아닌 한 단계 더 높은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들이 균형 있게 잘 갖춰져야 할 것이다. 2015년 말부터 알앤비 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딘(DEAN)의 데뷔작 [130 mood: TRBL]이 그랬다. 본 작은 “I’m Not Sorry”, “Put My Hands On You”, “풀어 (Pour Up)”로 예열 아닌 예열을 마친 딘을 향한 많은 이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사랑의 과정을 역순으로 풀어낸 짜임새 있는 구조는 견고했고, “bonnie & clyde”, “I love it”, “21”와 같이 세련된 완급조절이 빛난 곡들은 스타일리쉬했다. 그러면서도 다소 관성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톤앤매너의 “what2do”, “D (half moon)”도 구성에 어긋나지 않게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작품에 묻어나며 제 역할을 한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절제된 채로 깔끔하게 보여줄 만큼만 보여준 것 같아 오히려 입맛을 다시며 처음부터 다시 듣게 하는 중독성도 있다. 어쩌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시작부터 창대해 올해의 앨범으로 치켜세워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아티스트 | 딘(DEAN)
음반명 | 130 mood | TRBL
대표곡 | D (half moon) (Feat. 개코)
발매일 | 2016.03.24
여전히 많은 흑인음악 아티스트는 래퍼 혹은 싱어로 구분된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면서 싱랩이라는 용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긍정적인 의미에서 보컬적 경계를 흐려놓는 이는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곧 단순히 ‘랩을 잘한다’, ‘노래를 잘한다’는 식의 비교적 뭉툭한 형태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청자가 톤, 억양 등을 비롯하여 음정과 글자를 놓는 방식이 얼마나 입체적이냐에 따라 아티스트를 판단하게 했다. 서사무엘(Samuel Seo)은 그 점에서 현재 한국 힙합/알앤비 씬에서 가장 트렌드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던 2015년작 [FRAMEWORKS]를 지나 이듬해인 2016년 또 한 번 내놓은 [Ego Expand (100%)]는 이를 더욱 확실하게 입증하는 앨범이다.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랩과 가창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퍼포먼스는 더욱 유연해졌다. 다채롭다 못해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장르 포용력은 ‘자아의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테마로 보다 응집력 있게 다가왔다. 그래도 이런 그보다 더 뛰어난 래퍼나 싱어는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다만, 서사무엘 같은 아티스트는 오직 서사무엘 하나뿐이다.
아티스트 | 서사무엘 (Samuel Seo)
음반명 | Ego Expand (100%)
대표곡 | B L U E
발매일 | 2016.05.27
성별적인 부분을 떠나 후디(Hoody)는 확실히 AOMG의 기존 색채에 부합하면서도 새로운 색채를 입힌 존재다. 매끈한 보컬 스타일과 레이블의 전체적인 기조에 어긋나지 않는 팝적인 지향점 등 단순히 짝을 맞춰 스쿼드를 구성하는 정도의 롤에서 그치기에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그래도 확실하게 도장을 찍는 작품이 없어 물음표를 붙이고 있었다면 [On And On]은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단번에 바꾼 웰메이드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세련된 느낌인 것을 떠나 다양한 프로덕션을 높은 해상도의 보컬로 소화하며 각 곡이 가진 무드를 100%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정통적인 축에 속하는 “Your Eyes”, “Like You”부터 비교적 빠른 템포의 “By Your Side”와 마이애미 베이스 기반의 타이틀곡 “Need U”, 느리고 끈적한 중반부의 트랙까지, 모두 후디의 통제하에 컨트롤이 잘 되어 좋은 모양새를 띤다. 한국에 알앤비/소울 추구하는 여성 싱어가 꽤 있긴 하지만, 이만큼이나 장르 음악을 트렌디하게 이해한 듯한 앨범이 또 있었나 싶다.
아티스트 | 후디(Hoody)
음반명 | On And On
대표곡 | Your Eyes (Feat. 박재범)
발매일 | 2016.12.16
일반적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는 국내에서 유쾌한 록 밴드로 소비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은 70년대 디스코/소울을 기반으로 하기에 정체성 측면에서 국내의 그 어떤 밴드와도 비교 불가한 존재다. 어찌 보면 밴드의 영역에 속해 있긴 하나, 알앤비/소울의 영역에 더 가까운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주축이자 엔지니어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나잠 수의 솔로 앨범 [Till the Sun Goes Up]도 마찬가지다. 대신 시대적 지향점이 70년대가 아닌 80년대로 좀 더 옮겨가 있다. 지난해 사망한 프린스(Prince)로 일부분 대변되는 미네아폴리스와 어덜트 컨템포러리 알앤비, 뉴웨이브 발라드와 같은 장르가 어색하지 않게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세부적으로는 넉살의 랩이 얹어진 “ZomB-boy”처럼 꽤나 색다른 지점을 선사하거나 “맥스 러브”처럼 텐션을 극도로 끌어올려 흥을 더욱 격렬하게 돋우는 트랙도 있다. 또한, 일종의 완충제처럼 작용하기도 하는 발라드한 무드의 “아무 말”, “불꽃”은 트랙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 앨범이 특정한 스타일 하나만이 아닌 시대 전체를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한다. 과거를 바탕으로 한 현재적 해석보다는 재구성 혹은 재현에 가까운 편이지만, 본질을 꿰뚫는 확실한 퀄리티와 희소성이 뛰어나기에 [Till the Sun Goes Up]은 올해의 알앤비 앨범으로서 자격이 있다.
아티스트 | 나잠 수
음반명 | Till The Sun Goes Up
대표곡 | Till The Sun Goes Up
발매일 | 2016.10.27
[Crush On You] 이후의 크러쉬(Crush)는 발라드적인 영역까지 넘실넘실 넘봤다. 호와 불호의 영역에서는 각기 다른 감상이 나오겠지만, 어쨌든 “SOFA”, “잊어버리지마”는 이전까지 크러쉬가 가져가오던 음악적 노선과는 다소 이질적인 곡이었다. 그러한 류의 곡이 비교적 사이드한 부분이었던 건지, 오랜만에 들고 돌아온 보다 규모 있는 작품인 [Interlude]는 다시 극도로 트렌디한 알앤비로 가득한 편이었다. 흔히 ‘퓨처’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스타일의 특성을 부분부분 발췌해 보여주는 듯도 했고(“우아해 (woo ah)”), 브라이슨 틸러(Bryson Tiller)를 연상케 하는 처지는 무드의 트랩 알앤비를 선보이기도 했다(“9 to 5”). 전자음악적인 영역에 닿아 있는 “Castaway”까지, 단 다섯 곡뿐이었지만 크러쉬가 다음으로 어떤 쪽을 내다보고 있는지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제목처럼 중간에 건너가는 다리 같은 역할만을 한다고 하기에는 한 장의 앨범으로서 준수한 장르적,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짧은 전주곡과도 같은 앨범.
아티스트 | 크러쉬(Crush)
음반명 | Interlude
대표곡 | 우아해 (woo ah)
발매일 | 2016.05.06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All I Wanna Do”는 박재범(Jay Park)의 현재 모습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그와 동시에 케이팝의 틀로 가둘 수 없는 트렌디한 알앤비 넘버이기도 하다. 박재범은 자신의 감각을 통해 유려한 멜로디를 소화하며 장르 아티스트로서 발전된 기량과 재능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밖에도 AOMG 멤버들과의 협업을 통해 곡 구성력을 보여줌은 물론, 자신이 하나의 씬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즉, 박재범의 음악적 욕심과 발전된 기량이 맞닿아 만들어진 멋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국내에서 나온 알앤비 트랙 중 가장 우수한 퀄리티를 지녔기에 시간이 지나더라도 많은 이가 지금 박재범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아티스트 | 박재범(Jay Park)
음반명 | EVERYTHING YOU WANTED
대표곡 |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발매일 | 2016.10.20
2016년에도 알앤비 음악의 트렌드 그 중심에는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있었다. 이는 국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퓨처'로 불리는 스타일은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와 같은 크루를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가들에게 많이 차용되었다. 이제는 그 스타일이 잠재적 가능성을 넘어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는 등의 성과를 이룬 점이 흥미롭다. 클럽 에스키모의 일원이자 국내 알앤비 아티스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감각을 지닌 크러쉬(Crush)의 “우아해(woo ah)”는 이런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트랙이다. 또한, 커리어를 놓고 보았을 때도 “You and I”를 통해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던 크러쉬가 이 트랙을 통해서 마침내 대중의 취향까지 잡아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크러쉬의 또 다른 눈부신 순간이 담겨 있는 트랙.
아티스트 | 크러쉬(Crush)
음반명 | Interlude
대표곡 | 우아해 (woo ah)
발매일 | 2016.05.06
인제 와서 문득 딘(DEAN)의 음악 커리어를 돌이켜 보니, 그는 일찌감치 국내에 신인 알앤비 스타가 탄생할 것을 예고했던 것 같다. EP가 발매되기 전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딘은 이미 SNS상에서의 입소문, 국내, 외 매체 및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서포트, 야마 넘치는 음악, 방송 출연 등으로 이미 발단부터 전개까지의 스토리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D(half moon)"은 많은 이가 딘의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던 와중에 체크메이트를 외칠 수 있었던 카드였다. 이 곡은 어찌 보면 그의 이전 결과물들보다는 몇몇 알앤비 아티스트를 통해 증명됐던 일종의 성공 공식에 가까운 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공식을 밑바탕에 두고 그는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온전히 담아냈다. "D(half moon)"은 분명 딘이 더욱 폭넓은 층위에 걸쳐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티스트 | 딘(DEAN)
음반명 | 130 mood | TRBL
대표곡 | D (half moon) (Feat. 개코)
발매일 | 2016.03.24
얼터너티브 알앤비에서 이제 '얼터너티브'란 말은 조금은 유명무실해졌다. 어느새 근래 알앤비 음악의 전반적인 경향에서 중심으로 우뚝 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드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보니 같은 계열의 음악이라면 비슷하게 들리는 게 불가피하다. 그래서 얼터너티브 알앤비 계열에서 다른 아티스트와의 변별력을 갖추려면 '+ @'로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무기로 할지는 각각 다를 텐데, 지바노프(jeebanoff)는 그중 곡의 감성과 디테일을 구체적으로 살리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삼선동 사거리"는 이에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그는 트랙을 구성하는 악기와 사운드 소스는 물론, 보컬과 가사에서까지 디테일을 강조하며 청자들에게 쉽사리 잊히지 않는 깊은 여운을 안긴다. 이렇듯 트렌드로 자리 잡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에서 또 다른 제시한 점에서 "삼선동 사거리"는 올해의 트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티스트 | 지바노프(jeebanoff)
음반명 | so fed up
대표곡 | 삼선동 사거리
발매일 | 2016.07.06
국내 알앤비 음악이 외국의 것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느냐, 아니면 레퍼런스를 가져오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는 독창성에 따라 한 끗 차이로 갈라진다. 민제(Minje)의 "Do"는 자연스럽게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제임슨(JMSN)을 연상케 하기에 전자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인답지 않은 민제의 소화력은 감상 중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티스트들을 그에게 영향을 준 이들로 느껴지게끔 한다. 우선, 미니멀한 구성의 프로덕션과 민제의 보컬이 함께 어우러져 진하고 깊은 아우라를 자아낸다. 보컬 라인과 얽혀 움직이는 일그러진 기타 사운드는 끝을 향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못하게 하며 특유의 무드를 이어나간다. 신인급이었지만 내놓은 결과물만큼은 결코 풋풋하지만은 않았기에 충분히 2016년의 알앤비 트랙으로 꼽힐 자격이 있는 트랙이다.
아티스트 | 민제(Minje)
음반명 | Mojo
대표곡 | Do
발매일 | 2016.02.12
2016년 알앤비 씬에서는 많은 이가 90년대 알앤비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아 그것을 현대적으로 풀어냈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중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라면 단연 후디(Hoody)의 "Need U"다. 이 곡은 마이애미 베이스를 재해석한 곡으로, 앞서 언급했듯 과거 알앤비 음악이 지녔던 정서를 비롯한 구성 요소를 기저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현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그는 장르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곡에 트렌디함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혔다. "Need U"를 통해 얼터너티브 알앤비와는 별개로 과거를 끌어오는 경향으로 대변되는 또 다른 알앤비 씬의 중요한 주요 흐름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 후디(Hoody)
음반명 | On And On
대표곡 | Your Eyes (Feat. 박재범)
발매일 | 2016.12.16
유능한 프로듀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2016년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그루비룸(Groovy Room)은 단연 돋보였다. 장르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수준급의 메이킹 능력을 선보였다는 점이 주요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은 언더그라운드 힙합부터 메인스트림 가요 시장에까지 발을 뻗히며 넓은 활동폭을 선보였다.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의 "City"와 블락비 바스타즈(Block B Bastarz)의 "이기적인 걸"을 한 해에 같이 히트시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어느새 그들은 하나의 캐릭터 사운드를 가진 팀으로 성장했다. 확실히 그루비룸이 트렌드를 캐치하는 속도는 남들보다 반걸음 앞서있다.
아티스트 | 그루비룸(GroovyRoom)
음반명 | Loyalty 외 다수
대표곡 | Loyalty, City 외 다수
차차말론(Cha Cha Malone)은 순도 높은 프로듀서다. 다작을 하지 않음에도 그가 만드는 음악은 대중의 귀에도 익숙하다. 그만큼 멜로디와 리듬에 강하며, 히트 넘버에 대한 타율 역시 높다는 말이다. 레트로 알앤비 사운드부터, 피비알앤비, 퓨처 베이스, 훵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과 하이를 강조한 사운드스케이프는 차차말론이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확실히 그는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가 선사할 수 있는 음악적 감흥을 농축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다. AOMG에서 발표하는 앨범이 늘 준수한 레벨을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티스트 | 차차말론(Cha Cha Malone)
음반명 | EVERYTHING YOU WANTED 외 다수
대표곡 | SOLO
스타 프로듀서가 탄생하는 건 분명 흔한 일이 아니다. 유명세가 반짝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건 더욱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Gray)의 포지션은 남다르다. 그가 구현하는 감각적인 음악은 가요 차트를 주름잡고, 수많은 러브콜을 양산한다. “Forever”, “Day Day”, “맘편히” 등이 모두 그레이의 손을 거쳤다는 건 분명 우연만은 아니다. 종종 관성적인 형태의 음악을 내놓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만큼 다방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운드를 뽑아내는 프로듀서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레이는 2016년에도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였으며, 누구보다 화려한 플레이어였다.
아티스트 | 그레이(Gray)
음반명 | 쇼미더머니 5 Episode 외 다수
대표곡 | Day Day 외 다수
한 해 동안 VMC의 행보는 담대하면서도 꾸준했다. 중심에는 프로듀서 TK가 있었다. 그는 던밀스(Don Mills), 넉살 등의 플레이어와 함께 레이블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었다. 본래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미디 위주의 작/편곡을 공부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제 TK는 힙합의 고유한 멋을 구현해내는 프로듀서가 됐다. 게다가 [Tourist]라는 개인 결과물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의 새로운 접근까지 멋들어지게 선보이며, 예상외의 쾌감을 전달했다. 그가 발표했던 매 곡이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 것은 아니지만, 선 굵은 드럼과 리드미컬한 선율 이외의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아티스트 | TK
음반명 | Tourist 외 다수
대표곡 | Local Market (Feat. 로꼬 & 수란)
험버트(Humbert)는 굵직한 두 장의 앨범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하나는 제리케이(Jerry.K)의 [감정노동]이며, 또 하나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점]이다. 두 명의 걸출한 래퍼와 호흡을 맞췄다는 자체만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자신의 바운더리를 확실히 쥐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인상적이다. 험버트의 프로듀싱을 이야기하면 이렇다. 통일된 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극적인 구조를 건설하며, 화성과 코드 진행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표현한다. 간소하지만 더할 나위 없다. 확실히 그는 래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마련해준다. 어느덧 험버트는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아티스트 | 험버트(Humbert)
음반명 | 감정노동 외 다수
대표곡 | 콜센터 외 다수
다른 무엇보다도, 콕재즈(Coke Jazz)의 음악은 아름답다. 칠한 바이브의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와 연주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우아하다. 물론, 늘 한결같다는 말은 아니다. 콕재즈는 의외성과 담대한 변화를 선보이기도 한다. 레트로 리듬부터 트랩 사운드, 세션을 통한 록적인 접근까지, 그는 다양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변화를 즐기면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곳곳에 녹여내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다. 음악적 주관이 명확한 빈지노(Beenzino), 비프리(B-Free) 등이 콕재즈를 선택하는 이유다. 어느새 콕재즈는 믿고 듣는 유연한 프로듀서가 됐다.
아티스트 | 콕재즈(Coke Jazz)
음반명 | Free From Seoul Deluxe Version 외 다수
대표곡 | James Bond 외 다수
'독특하고 세련된'이란 말은 '싸고 양 많고 맛있는'과 비슷한 말이다. 독특하다 여겨지는 음악은 트렌드와는 멀어지게 마련이며, 세련된 음악이 독특하긴 또 어렵다. 그렇지만 빈지노(Beenzino)와 YDG의 "January"는 가능하다. 우선 독특함은 힙합의 일반적 문법을 파괴함에서 온다. 빈지노와 YDG는 "January" 안에서 힙합의 일반적 문법엔 관심이 없다. 똥이나 떡 같은 특정 키워드를 확장할 뿐이다. 재밌는 점은 기대와는 반대로 변칙적인 랩은 빈지노가, 정석적인 랩은 YDG가 들려줬단 점이다. 이 둘 덕분에 "January"는 한국 힙합에서 가장 세련되고, 독특한 곡이 됐다.
아티스트 | 빈지노 (Beenzino)
음반명 | 12
대표곡 | Time Travel
발매일 | 2016.05.31
비주얼 프로덕션 Dream Perfect Regime의 프로젝트성 곡, "EUNG FREESTYLE"은 2016년 한 해 동안 뜨거웠던 래퍼들을 잔뜩 모았다. 각 래퍼는 그루비룸(Groovy Room)의 동양풍 비트에 맞춰 저글링 하듯이 랩을 주고받는다. 2016년 한 해 동안 뜨거웠던 루키들이 죄다 모여, 훅 없이 2분 내내 랩을 하는 음악을 올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꼽지 않으면 무엇을 꼽을까? 심지어 각자의 벌스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도 아니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아티스트 | 라이브, 식케이, 펀치넬로, 오왼 오바도즈, 플로우식
음반명 | EUNG FREESTYLE (응 프리스타일)
대표곡 | EUNG FREESTYLE (응 프리스타일)
발매일 | 2016.04.19.
래퍼의 격 따위를 나누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한국 힙합은 아이돌 래퍼와 그냥 래퍼를 구분한다. 이 벽이 처음으로 무너진 건 <쇼미더머니>였다. 하지만 경연과 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않았을 뿐이다. 이 벽은 "₩ 1,000,000"으로 한 번 더 무너졌다. 한국 힙합에서 가장 잘 나가는 래퍼를 대표하는 비와이(BewhY)와 오케이션(Okasian), '아이돌을 벗어난 아이돌'을 대표하는 지드래곤(G-Dragon)과 CL의 콜라보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 곡 안에서 넷은 아이돌과 비 아이돌을 나누는 게 진부할 정도로 너나 구분 없이 각자의 역할을 소화한다. '케이팝과 한국 힙합의 충돌' 같은 거추장스러운 문장을 다 버리더라도, 넷이 모인 곡과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다.
아티스트 | 오케이션, 지드래곤, 비와이, CL
음반명 | ₩ 1,000,000
대표곡 | ₩ 1,000,000
발매일 | 2016.12.28
지코(Zico)와 크러쉬(Crush), 딘(DEAN)은 음악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가장 이슈너블한 존재다. 양질의 음악을 꾸준히 발매했고, 실력과 외모를 전부 갖춘 그들인 만큼, 이슈가 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이를 증명하듯 각종 페스티벌과 무대 그리고 방송을 휩쓸었다. 그런 그들이 팬시 차일드(Fancy Child)라는 이름 아래 뭉쳐 공개한 "Bermuda Triangle"은 팬시 차일드로서 발표하는 첫 곡이었다. 지코가 대부분을 담당하고 크러쉬와 딘이 양념을 치는 형식이지만, 곡의 세련됨이나 안에 담긴 멋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셋의 콜라보레이션을 '뭉치면 닥치고 있어도 콘텐츠'라고 표현한 지코의 가사는 과장이 아니다.
아티스트 | 지코 (ZICO)
음반명 | BERMUDA TRIANGLE
대표곡 | BERMUDA TRIANGLE
발매일 | 2016.11.28
콜라보레이션은 비슷한 색채의 아티스트가 서로를 보완하는 게 대부분이다. 한쪽은 익숙지 않은 걸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린과 박재범(Jay Park)의 콜라보는 어찌 보면 앞서 말한 부담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City Breeze"는 전혀 다르다. 8, 90년대 뉴잭스윙을 추구하는 기린과 알앤비의 최전선에 서 있는 박재범이 손을 잡고 선보인 음악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잭스윙'이었다. 그 안에서 기린과 박재범은 어느 한 명이 붕 뜨는 일 없이 특정한 분위기에 녹아든다. 아티스트들이 만나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만 보면, "CITY BREEZE"는 콜라보레이션이란 말에 완벽히 부합한다.
아티스트 | 기린&박재범
음반명 | CITY BREEZE
대표곡 | CITY BREEZE
발매일 | 2016.08.10
2016년 새롭게 떠오른 두 음원 강자 헤이즈(Heize)와 딘의 콜라보레이션이 겨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듣기 좋은 멜로디와 편한 내용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함이다. 이는 "Shut Up & Groove"보다 "And July"에서 더욱 짙기에 "And July"를 선정했다. 곡은 특별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승부한다. 간결한 리듬과 가벼운 질감의 드럼,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는 듣는 이의 긴장을 풀어준다. 살랑거리는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비트에 착 달라붙는다. 내용 또한 연인 간의 줄다리기를 표현하며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를 모든 요소를 섞어냈다. 목적과 방법, 그리고 아티스트 간의 색채 또한 멋지게 어울리는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 | 헤이즈 (Heize)
음반명 | And July
대표곡 | And July (Feat. DEAN, DJ Friz)
발매일 | 2016.07.18
염따의 첫 정규앨범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고, 그가 직접 앨범 전체를 제작했다. “그럼”의 경우에는 트렌드가 지나치게 묻어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솔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과하거나 넘치지 않은 표현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한층 의미가 있었다. “그럼”의 가사가 연장선처럼 느껴지게끔, 앨범 전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와 어두운 이야기로 뒤섞여 있다. 얼핏 듣기에는 짧은 순간을 이야기한 듯하지만, 그가 겪은 긴 시간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혼자 모든 걸 해낸, 그래서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선보인 작품.
아티스트 | 염따
음반명 | 살아숨셔
대표곡 | 그럼
발매일 | 2016.02.18
리짓군즈(Legit Goons)의 바이브는 멤버마다 다르지만, 뚜렷한 개성이 있는 동시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이호(Jayho)는 그중 ‘속도’라는 점에 있어, 그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속도든, 음악에서 느껴지는 속도든 가장 독특한 바이브를 선보인다. 또한, 상대적으로 느긋한 뱃사공이나 블랭타임(Blnk Time)과는 달리 때로는 음악 안에 어두운 분위기로 담담함을 담아내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제이호는 매력적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아니라, 그사이에 존재하는 느낌을 선보이는 제이호는 [르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아티스트 | 제이호
음반명 | 르망
대표곡 | 르망 (Feat. 서사무엘)
발매일 | 2016.07.05
여러모로 한국에서 진작에 나왔어야 할 앨범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프로덕션의 독특한 분위기, 일관된 흐름의 서사,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랩, 그리고 슬릭(Sleeq)이 들려주는 독보적인 이야기까지, 작품은 나름의 근사함과 탄탄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슬릭이라는 래퍼의 존재감과 캐릭터만으로도 그의 첫 정규 앨범은 가치가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서사, 더 욕심이 느껴지는 가사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아티스트 | 슬릭 (SLEEQ)
음반명 | Colossus
대표곡 | Liquor (Prod. Deeepsol)
발매일 | 2016.06.02
지바노프(Jeebanoff)의 등장은 알려진 정도에 비해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많은 이들이 “삼선동 사거리”를 회자하는가 하면, 각종 연말결산에서는 조금씩 이름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어느 정도 유행을 반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지바노프만의 언어와 색을 확실하게 꾸렸으며, 특히 디테일과 구성력, 그리고 감성 자체에 무게를 둬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건 고무적이다. 그 감성 자체가 지금까지의 얼터너티브 알앤비들이 선보이지 못했던 지점이라는 것에서 앨범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아티스트 | 지바노프(jeebanoff)
음반명 | so fed up
대표곡 | 삼선동 사거리
발매일 | 2016.07.06
아름답고 부드럽다가도 때로는 대담한 모습을 선보이고, 정석에 가까운 포멀한 느낌을 주다가도 기분 좋게 어긋난 모습을 선보인다. 네오 소울과 알앤비, 그 어딘가에 있는 수민의 음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급조절이다. 비단 노래를 부르는 보컬로서의 완급조절도 있지만 곡 하나를 조율하는, 나아가 앨범 전체를 조율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컨트롤도 상당하다. 올해는 좋은 알앤비 음악가가 많았고, 그중 한 사람은 단연 수민이다.
아티스트 | 수민(SUMIN)
음반명 | Beat, And Go To Sleep
대표곡 | 내가 싫어졌다고 해
발매일 | 2016.02.25
리짓군즈(Legit Goons)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Camp]는 멤버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DIY'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는 단순히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앨범을 듣고 있으면 '합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캠프라는 컨셉에 걸맞은 표현과 내용도 인상적이지만, 일회성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맥락을 담아내는 장면이나 세 사람이 주고받는 랩 역시 좋은 케미로 다가온다. 하루 이틀 합을 맞춘 것이 아닌, 힘들지만 또 한 번 파이팅해보는 그 느낌 자체만으로도 [Camp]는 가치를 지닌다.
아티스트 | 리짓군즈
음반명 | Camp
대표곡 | 야자수
발매일 | 2016.08.22
힙합엘이와 힙합플레이야, 그리고 밀크 뮤직이 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차세대 기대주 5인을 선정합니다. <KHA NEXT With MILK>에 선정된 아티스트들은 한국 힙합 어워즈 2017의 전체 부문별 수상자 발표와 함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힙합씬의 새로운 인물들의 얼굴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