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콰이엇(The Quiett)이 왜 현재까지도 건재하며, 나아가 씬의 대부 격으로 칭송받는지 알 수 있는 한 해였다. 아홉 번째 정규 앨범 [glow forever]는 얼핏 새로운 시도로만 보기에는 그가 조용히 새로운 흐름을 가져오고 있는 후배 아티스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만들어낸 변화의 결과물이다. 아울러 더콰이엇은 앨범과 싱글, 피처링으로 활발히 창작 활동을 펼쳐가는 동시에 <쇼미더머니 777>을 통해 씬의 외연 확장에 일조했고, 소규모 공연 시리즈 <RAP HOUSE>를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저변에도 기여했다. 그야말로 대부다운 행보였다.
하온(HAON)은 전에 없던 캐릭터로 불쑥 등장했다. 그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치열한 경쟁 틈에서 내면의 평화를 노래했다. 명상과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긍정적인 가사는 생소한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린 나이와 대비되는 깊이 있는 표현,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과 특유의 재치는 하온을 <고등래퍼 2>의 우승자로 만들었다. 하온은 곧 하이어뮤직(H1GHR MUSIC)에 입단한 뒤 준수한 데뷔 앨범 [TRAVEL: NOAH]를 선보였다. 이후 참여한 트랙마다 일취월장하는 플로우와 전달력을 뽐내며 신예답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존재감이 남다른 하온은 커리어의 시작과 동시에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몇 년간 적지 않은 수의 래퍼가 자신의 앨범으로 <쇼미더머니>의 대항마처럼 인식됐다. 아티스트의 실제 의도와는 별개로 누군가는 가사라는 직접적인 텍스트로, 또 누군가는 독보적인 음악적 독창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적 이미지를 획득했다. XXX 역시 마찬가지이며, [LANGUAGE]는 그들이 씬 안에서 가져가는 노선을 더욱 확실하게 강화하는 작품이다. 특히, 김심야(Kim Ximya)의 냉소주의와 염세주의가 이번 앨범에서 전형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만나 극대화됐다. 이전에 실제 언어로만 표현했던 씬을 향한 회의감, 분노를 2010년대의 힙합을 뒤흔드는 중인 [Yeezus]의 DNA가 잔뜩 느껴지는 프랭크(FRNK)만의 시장 배반적인 프로덕션을 곁들여 총체적으로 표현해낸 셈이다. 비로소 XXX는 앨범 제목처럼 자신들의 음악을 하나의 완결된 언어로 성립해냈다.
인디고뮤직(Indigo Music)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 [IM]이 세상에 나오며 비로소 레이블로서 뚜렷한 색을 갖게 됐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 트랙 “IndiGO”는 멤버들의 패기 넘치는 색깔을 가장 강하게 보여줬다. 미니멀한 프로덕션에서 뿜어내는 태도는 자신감으로, 플로우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집단답게 트렌디한 테크닉으로 가득 차 있다. 네 래퍼는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인디고뮤직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담대한 포부를 풀어냈다. 훅을 번갈아 선보이며 듣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확실히 "IndiGO"는 2018년의 한국힙합 씬에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세대가 누구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이다.
근 몇 년간 수민은 다양한 음악가와 협업하며 흑인음악과 케이팝 등 여러 음악을 자신의 색으로 체화했다. 마침내 발표된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은 한 장르로 묶이지 않는 수민의 확장된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앨범을 통해 셀프 프로듀싱 능력은 물론, 재치 있는 가사와 결합한 탄탄한 보컬을 선보인다. 또한, 사운드적 장치를 심어 놓아 공감각적인 심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더불어 힙합/알앤비, 전자음악,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의 요소를 차용해 일관되고도 감각적인 무드를 구축했다. 많은 이가 한국 흑인음악 혹은 케이팝의 미래라 칭했던 만큼, [Your Home]은 탁월하고도 신선한 사운드의 향연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2017년 12월에 발표됐으니 기억에서 잊힐 법한데도 “Instagram”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자는 시간을 빼놓곤 스마트폰, 그리고 SNS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의 공허함을 대놓고 쿡쿡 찔러 댔기 때문일 것이다. 황소윤의 기타와 간드러지는 딘(Dean)의 보컬이 그 뒤를 몽환적으로 받치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현대적인 인디 팝, 알앤비가 없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메시지를 돌직구로 꽂아버린 전략이 절대다수의 대중을 향해 통렬하게 먹힌 결과였다.
좋은 콜라보레이션은 서로의 특징을 결합해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때 나온다. VMC의 오디(ODEE)와 프로듀서 비앙(Viann)의 합작품 [OPEN MONDAY]는 그 기본적인 전제를 완벽하게 충족한다. 오디의 묵직한 랩은 비앙이 만들어내는 프로덕션 특유의 꾸덕꾸덕한 톤앤매너와 안정적으로 달라붙는다. 2017년, 쿤디판다(Khundi Panda)가 파트너로 함께했던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가진 음악적 특성이 화학적 결합을 조화롭게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디는 이전까지 보여준 적 없었던 높은 해상도가 동반된 묘사를 가사에 구현한다. 고독과 무기력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획득하는 진정성도 있으니 이 정도면 쉬이 지나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365일 내내 음악 작업만 계속했을 것 같은 기리보이(Giriboy)의 묵묵함은 진화로 이어졌다. [졸업식], [hightechnology], [공상과학음악] 같은 규모 있고 꽉 찬 프로젝트부터 "northbutsouth", "옛날거" 등 툭 던져 놓은 듯하지만 치밀했던 싱글들까지, 모든 작업물이 제 몫을 다하며 한 해 내내 그의 이름값을 높였다. [기계적인 앨범]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기계적인' 사운드가 대부분 아웃풋을 신선하게 아울렀다. 그의 예전 감성이 떠오르는 “빈집”이나 이례적으로 차트를 휩쓸었던 “flex” 같은 트랙은 매너리즘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혔다. 왕성한 작업량과 준수한 퀄리티 중 하나만 만족시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현재의 위치에서 기리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인디고뮤직(Indigo Music)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 [IM]이 세상에 나오며 비로소 레이블로서 뚜렷한 색을 갖게 됐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 트랙 “IndiGO”는 멤버들의 패기 넘치는 색깔을 가장 강하게 보여줬다. 미니멀한 프로덕션에서 뿜어내는 태도는 자신감으로, 플로우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집단답게 트렌디한 테크닉으로 가득 차 있다. 네 래퍼는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인디고뮤직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담대한 포부를 풀어냈다. 훅을 번갈아 선보이며 듣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확실히 "IndiGO"는 2018년의 한국힙합 씬에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세대가 누구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이다.
이 작품만큼 노래와 완벽한 궁합을 이루며 성공에 큰 도움을 준 뮤직비디오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소년점프”는 처음부터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가 곡 자체를 대변하는 무기로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그 전략은 적중했다. 마미손의 어설픈 모션과 어딘가 붕 뜬 CG, 일관성 없는 전개와 엉거주춤한 춤사위까지, 모든 것이 노래와 기묘하게 어우러졌고, 약 3,500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마미손의 활동반경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생각해보면, 그 엄청난 파급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유망주들이 모인 프레쉬한 집단은 어느새 씬을 대표하는 알짜 아티스트 집단이 되었다. 먼저 레이블의 신고식이라고 할 수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 [IM]이 큰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IndiGO”는 2018년을 정리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 됐다.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과 콜라보한 “flex”의 성공도 인상적이었다. 개개 아티스트로 봐도 키드밀리(Kid Milli)는 EP 두 장을 비롯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재키와이(Jvcki Wai)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커리어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 외에도 구성원 전원이 각각 EP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쉼 없이 활약했다. 키드밀리의 <쇼미더머니 777> 호성적과 저스디스(JUSTHIS)의 은퇴 소식까지, 화제성으로 따져도 한 해 내내 씬의 중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다. 2018년은 인디고뮤직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